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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a pearl은
먼지쌓인 보석함을 열면 추억묻은 악세사리가 가득 담겨있어. 닦을수록 더 선명해지는 악세사리들. 하나하나 꺼낼때 마다 이것들을 모았던 그날의 냄새, 온도, 바람, 내 기분 모든게 생생해지는것 같은
그런 음악들만 모여있는 채널이다.

이 특별한 리스트가 더 빛나는 이유는
이렇게 진심을 꾹꾹 눌러담아쓴 댓글들이 주렁주렁 열려있기 때문이다.
나는 진심이 좋다.

그중 청춘 이라는 리스트에 달린 댓글을 몇몇 발췌해보았다.



썸네일: 검정치마 Team Baby 앨범 커버
0:00 Everything - 검정치마
4:55 나무 - 카더가든
8:50 은방울 - 다니엘
13:43 눈 - 새소년
17:36 home - 정우물
22:09 우리의 밤을 외워요 - 카더가든




X • 10개월 전(수정됨)
청춘이 다 무슨 소용이렵니까, 그래봐야 언젠간 무너져버릴 하 늘을 겨우 붙잡곤 숨을 연명하고 있는 것을. 푸르던 하늘도, 사 랑했던 이와 몸을 섞으며 영원을 약속하던 시간들도 달디 달던 솜사탕의 맛도 결국 다 사라져버렸습니다.
청춘은 왜이리 아픕 니까? 모두가 이런 아픔을 숨기고 사랑하는 겁니까? 이 모든 아픔을 전부 감당하고도 사랑할 만큼 청춘은 푸릅니까? 분명 내가 사랑하는 건 퀴퀴한 냄새가 잔뜩 베인 매트리스와 빛바랜 꽃무늬 벽지가 아닌데도 그날의 공기가 자꾸만 날 먹먹하게 합 니다.
이건 무언가요?
그리움입니까, 청춘에 대한 사랑입니까.
한때의 고통도 지나보면 청춘이라는 이름의 추억이 되어 버린 다던데 난 내가 어릴 적의 사무치던 고통을 영원히 잊지 않길 바랍니다.
이 시간들을 적어도 나는 기억해야 하니까요.
아무도 알아주지 않았던 이 순간을 나마저도 알아주지 못하게 되는 날 이 올까봐서 말입니다.
너무나도 아팠던 순간들을 사랑하게 만 드는 것은 아주 잔인한 일임이 분명하지만, 청춘은 그런 고통마 저도 동경하게 합니다.
우매한 늙은이들은 청춘이란 이름 뒤에 숨어 자꾸만 불행을 동경하려 들고요, 청춘이란 작자는 우리로 하여금 자꾸만 젊음이란 아름다움에 홀려 그만 서슬퍼런 가시 에 온 몸이 찢어지는 것도 모른 채 어린 장미를 끌어안도록 만 들어 버립니다.
무섭습니다.
감히 내가 사랑하는 것이 가난일까 봐요, 영원할 줄 알았던 불행일까 봐, 빠지지 못할 매트리스의 퀴퀴한 냄새일까 봐.
내가 벗어나고 싶어 발버둥쳤던 것들을 청 춘이라 부르지 말아 주십시오.
난 청춘이 두렵습니다.





sikbrrrrr • 4개월 전
난 어릴 적 엄마가 너무 미웠다.
불편한 다리로 학교까지 실내 화 가방을 주러 오던 모습, 큰아들 생일이라며 초등학교 반 친 구들에게 줬던 서툰 글씨의 초대장과 외로운 왼팔 하나로 만들 던 떡볶이.
그까짓 학교 나무 바닥 조심히 걸으면 되는 것이고, 반 친구들에게 떡볶이보단 비싼 치킨을 바랬던 그렇게 어리고 어리석었던 내 갈증은 불편해도 당당하게 웃으셨던 엄마를 더 밉게 했던 것 같다.
고등학교 2학년 사춘기가 늦게 찾아온 그때 엄마 같은 여자랑은 죽어도 결혼하지 않을 거라고 윽박을 질렀 다.
아직도 그때 처음 본 엄마의 눈물은 내 기억속에 선명히 자 리 잡고 있다.
처음 본 엄마의 약한 모습이었고 내겐 강한 모습 만 보여줬던 엄마가 처음으로 아이처럼 울었기 때문이다.
성인 이 된 후 군대에 가기 하루 전 하얗게 된 엄마의 머리를 보며 엄 마에게 "우리 엄마 많이 지금까지 많이 힘들었나보네 나 이제 성인이고 군대 잘 갔다올게 큰아들이 맘고생만 시켜서 미안 해"라는 말을 끝으로 입대하기 하루 전 엄마 몰래 친구들과 자 전거를 타고 진주로 내려갔었다.
훈련소 연병장에서 줄을 서고 기다리던 중 누군가 나를 애타게 찾는다는 방송이 들려왔다.
엄마였다.
머리를 검게 염색하시고 나타난 엄마는 "머리가 하얗 게 된 건 세월 탓이지 네탓이 아니야 엄마는 네가 내 세상이야 그러니 몸 다치지 말고 조심히 다녀와"라고 하셨다.
무거웠던 마음이 가벼워지면서 압력이 빠지듯 눈물이 나왔다.
그 사랑이 너무 과분해서 무거웠던 내 마음을 걷어내줬다.
그 후로 취업에 도 성공하였고, 현재 내나이 34살 작년 2022년 나를 세상이 라 부르시던 나를 제일 사랑해줬던 엄마를 떠나보냈다.
마지막 엄마는 나에게 이루고 싶은 소원 하나만 말하라고 하셨다.
난 망설임 없이 엄마와 같은 여자와 결혼하는 게 소원이라고 했다.
엄마는 이제 내 하늘이 되어 그 소원을 들어주고 싶다고 하시며 웃으시며 눈물을 흘리셨다.
엄마의 마지막 눈물이었다.
난 엄마 가 해줬던 모든 추억과 온기를 소중히 간직하고 있다.
그 사랑 이 너무 과분했고 이런 감정을 느끼게 해준 나의 사랑스러운 어머니 덕분에 찢어지고 성장할 수 있었다. 평생 감사합니다.
2023년 올해 봄 엄마와 같은 여자랑 결혼한다.
나의 밑거름이 되어 주심에 큰 나무가 되었고 이젠 열매를 맺어보려 합니다.
사랑에는 서툴지만 엄마가 줬던 사랑에는 익숙해서 미래의 나 의 아이들에게 헌신하려구요.
끊임없이 사랑합니다 어머니..




도경김 • 1년 전(수정됨)
내 나이 59, 가난한 집안, 학창 시절, 운이 좋아 고등학교 졸업 후 바로 취직을 해서 자수성가를 하였다. 중매로 스물다섯에 어여쁜 아내를 만나 행복할 날만 남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언 제나 돈이 나를 괴롭혔다. 나와 아내는 악착같이 돈을 모아 집 을 사고,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것 같은 자식 새끼 둘을 낳았 다. 그러나 돈은 턱없이 부족했기에, 새벽 4시 반엔 목욕탕 알 바를 했고 야근이 없는 11시 부터는 대리운전을 했다. 어느날 나는 과로로 쓰러졌고 아내는 내게 울면서 무리하지 말아달라 고 했다. 하지만 나는 아내에게 말했다. "내 새끼들에겐 우리가 보지 못했던 빛을 보여줄꺼야.' 이 다짐도 잠시, 하루는 아들녀 석이 학원을 가지 않고 피씨방에 다니다 나에게 걸려버렸다. 나 는 처음으로 아들의 뺨을 쳤다. 내가 한 고생을 생각하니 억장 이 무너져 너무나도 화가 나고 미워서 진심으로 친것 같았다.
그날 내가 술을 마셨는데 눈물이 너무나도 많이 흘러, 물을 마 시는 것 같이 밍밍했다. 그때쯤 가끔씩은 나는 한두병에 취할 수 있는 청춘들의 인생이 너무나도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럼에도 시간은 흘러 자식들이 정신을 차리고 대학에 갔고, 어찌 저찌 인생을 살다 직장을 잡고 결혼을 했다. 아들녀석에게 어떤 아버지가 되고 싶냐고 물었더니 나에게 이런 말을 했다.
아버지 반만큼만 따라가고 싶습니다.' 그날 역시 아내와 단 둘 이 술자리를 하고 있는데, 서로 지난 날들을 이야기 하며 회상 하던 도중, 5잔 정도 넘어가니 눈에서 눈물이 울컥 쏟아져 나왔 다. 그런데 어째서일까? 지금까지 물같았던 술이 너무나도 달 게 느껴졌다.내가 느껴왔던 원망, 슬픔, 기쁨, 감사함이 모두 섞인 이 눈물은 내 술잔의 쓰디 쓴 맛을 덮어 단맛만 남게하였 다. 내 친구들은 청춘이 끝났다고 단언한다. 나는 내 인생에서 청춘이란걸 느껴보지 못한것 같다. 어쩌면 넘어지고 일어서고 를 반복하는 이 일상 자체가 청춘인게 아닐까? 나는 곧게 서있 는 새파란 벼보단 힘없이 굽어있는 가을의 황금빛 벼같은 인생 이 더 좋다, 비록 그들보단 힘이 없어보이지만, 우리는 풍파를 견뎌있고, 그것 역시 청춘이었음을 알고 있는 역사의 산 증인이다.




00 • 1년 전
나는 청춘이라 말미암아 변명하는 젊은 영혼들의 어리석음을 본 적이 있다. 그들은 세상을 살아가면서 끝없이 붕괴되고 넘어 졌다. 충동적인 마음 속 헛된 꿈을 한아름 안고 달린 모든 순간 을 도전이라 불렀고 주체할 수 없는 호르몬의 끌림에 가진 것 모두를 내바치는 것을 사랑이라 칭하며 살아가는 시리도록 아 픈 청춘들의 세상. 사실은 그들이 사무치게 부러웠다. 세상의 풍파에 기우뚱 기우뚱 하면서도 꼿꼿이 일어나 개화하는 그들이.



hat tie • 1년 전
청춘은 영어로 springtime이라고 한다죠. 봄은 스며들어 자국 을 남기고 사라져서 사라지고 나서 그리워하는 계절처럼, 청춘 도 오지 않았다고 느끼겠지만 언젠가 인생에 남은 자국을 보며 아마 청춘을 그리워하지 않을까요.
청춘은 몰랐기에 더욱 아름다운 게 아닐까요.



채호. • 1년 전
후덥지근한 교실의 여름과 절정의 여름, 레몬향이 넘실거리는 첫사랑의 맛이 나 햇살을 받아 연한 갈색으로 빛나던 네 머리카락, 돌아갈 수는 없어도 펼치면 어제처럼 생생한, 낡은 머릿속에서 돌아가는 단편 필름들.
말미암아 절정의 청춘, 화성에서도 사랑해는 여전히 사랑해인 지,
밤이면 얇은 여름이불을 뒤집어 쓴 채 네 생각을 하다가도, 열기에 부드러운 네가 녹아 흐를까 노심초사 하며, 화성인들이 사랑을 묻거든 네 이름을 불러야지 마음 먹었다가 도,
음절마저 황홀한 석자를 앗아가면 어쩌지 고민하던
그러니 따끔한 첫사랑의 유사어는 샛노란 여름

첫사랑, 여름. 유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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