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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시절 내가 꿈꾸던 30대의 로망이 있었다. 아니 당연히 내가 30대가 되면 그럴 것 이라고 믿었다.



볕이 잘 드는 집에서 아침에 눈뜨고, 아침의 시작은 내가 키우는 고양이의 골골거리는 노랫소리로..

커피 한잔을 내려놓고 여유롭게 출근 준비를 한다. 멋진 오피스룩을 입은 나는 내 차를 타고 회사로 ..

회사에선 항상 밝고 긍정적으로, 업무는 파이팅 넘치게! 

퇴근후에는 서점에 들러 신간코너, 베스트셀러코너도 들러보고, 종종 영화나 전시회관람도 빼놓지 않고 즐기고

주말엔 친구들과 쨍쨍한 볕을 피해 나무 그늘 아래 예쁜 돗자리 펴고 도란도란 앉아서 직접 만든 

예쁜 도시락 먹으면서 깔깔거리며 여유도 부리고, 

긴 연휴에는 속엣말도 서스럼없이 나눌 수 있는 믿을 수 있는 사람과 이곳 저곳 여행도 많이 다니고..

그렇게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열심히 일하고 , 그냥 같이 있으면 밝게 빛나는 사람..



예쁘니까, 그런 여유있는 30대가 되고싶었다.

하지만 32살이 된 지금 내눈에 보이는 저 글은 너무나 높은 이상이고 현실은 너무 빠듯하고 정신없다.

다시 현실로 바꿔쓰면 



볕이 잘 드는 내집을 구하는데 필요한 보증금과 월세. 혹은 전세금 및 각종 공과금.

커피한잔을 내리기 위한 커피머신 하다 못해 인스턴트 커피 구입비.

내가 키우는 고양이 화장실, 사료, 간식, 고양이용품, 종종 발생하는 고양이 병원비.

드레스룸을 채우기위한 옷가지와 장신구 구입비 등등

안정적인 직장. 직장에서의 위치. 업무 소화 능력. 잔업을 거부하는 대범함.

여가생활이나 문화생활을 즐기기위한 시간적 여유, 경제적 여유.

원만한 인간관계, 믿을 수 있는 사람.이 있어야 하며

가만히 있어도 긍정적이고 밝게 빛나는 사람이 되려면 성장과정에 그늘이 없어야 한다는 것 이다.



32년 살아오면서 한다는 짓이, 어린날 내가 생각했던 로망을 .. 이렇게 계산적으로 깨부수는 내가 싫지만

현실인게 더 싫다.



그리고 지금의 내가 어린시절의 나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온다면, 

너의 로망을 이루기 위해 꼭 필요한 두가지가 빠졌다고 말해주고 싶다.

그것을 이루기 위한 피나는 노력.

그리고 모든것을 즐길 줄 아는 지혜.





------- 현실


나는 집에서 티비를 잘 보지 않는다. 조용한 것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뭔가 티비에서는 사람냄새가 잘 나지 않는다.

다른세상 사람들 이야기 같거나 너무 과장되거나 너무 자극적이다.

간혹 보는 프로그램이 있다면 다큐종류나 요리프로그램 정도? 담담하게 풀어낸 형식의 다큐나 영화를 찾아서 보는 편이다.


그런데, 오늘 인터넷이 갑자기 안되서, 핸드폰 뒤져가며 이것저것 아무리 시도를 해도 연결이 되지않아, 결국 A/S기사님 방문 요청을 했는데,

기사님께서도 원인을 잘 모르겠다며 이것 저것 테스트하시던 중  잠깐 켜 둔 티비에서 

"밥블레스유"라는 방송이 나왔다.

내가 본 짧은 순간의 내용은, 네명의 연예인들이 초록초록한 야외에서 도시락을 싸서 맛있게 먹는? 장면이였다.

처음엔, 예쁘게 싸온 도시락도 좋았고, 네명의 연예인들이 정말 격없이 친해보이는것도 좋았고, 그들의 나이도 좋았다. 

그 순간 문득 내가 어렸을때 꿈꿨던 나의 30대 꿈꿨던 삶이  그림처럼 번쩍 하고 지나갔다.


바로 저게 내가 꿈꾸던 삶인데!


티빗속 장면하나가 그동안의 내가 살아온 인생과, 내가 꿈꿨던 이상적인 삶을 교차로 떠오르게 하더니,

곧이어 이상을 산산히 조각내 버리는 것 같았다.


짜여진 각본일지 몰라도 친한사람들끼리 모여서 낮시간에 피크닉이라니..

그들의 유대관계, 예쁜옷, 얼핏보이는 금전적여유? , 등등등

내눈엔 단순한 피크닉으로 보이기보단, 그냥 그들의 경제적 시간적  마음적 여유가 부러웠다.

그리고 나보다 더 했을 그들의 노력도 그림자처럼 보이는것 같았고.. 

뭔가 분하고 부럽다.



내가  생각했던 30대의 삶은 저런 장면이였는데...



어린시절의 나에겐 미안하지만 30대가 된  나는 지금 회사도 안다니고, 소풍다닐 여력도, 여행다닐 여력도 없이 찌들어 산다.

주말에 만나 수다 떨 친구도 없다. 


내가 생각한 30대의 삶은 뭔가 좀더 안정적인 삶이였는데 전혀 그렇지않다. 여전히 치열하고 여전히 불안정하다.


어릴때 수많았던 친구들은 나이가 들수록 하나 둘씩 걸러지기 마련이고, 

그나마 남은 친구들은 80프로 이상이 시집가서 애낳고 애키우느라 바쁘고 그 나머지들도 먹고살기 바쁘거나 연애하기 바쁘기 때문이다.

어쩌다 오는 안부전화만으로도 무척 눈물나게 고마운 요즘이다. 카카오톡이나 인스타그램, 페이스북이 생긴 이후로 더욱더 목소리 듣기가 

힘들다.


그래서 소풍? 여행? 이십대 후반부터 주로 혼자 해외여행을 다녔다. 왜? 같이 다닐 사람이 없으니까.. 

돈이 있으면 시간이 안맞고, 시간이 있으면 돈이 없었다. 그때 당시의 내 주변 친구들 공통사항이였다.


그리고 현재 나는 반 백수다. 

나도 한때는 정말 내가 꿈꾸던 30대를 이끌어줄 꿈의 직장을 다녔었다. 그게 영원할 줄 알았었다. 그래서 정말 최선을 다했고...

자타공인 최고의 여사원이라는 수식어 받아가며 회사 포탈에 칭찬한다고 내 사진까지 뜨고 그랬었다. 그때당시에는 정말 

이렇게 사는게 사람사는 인생이지라고 수십번도 생각했었다. 회사는 분기마다 성과금나오지, 떡값나오지, 휴가비 나오지..사내복지좋아... 

이때는 정말 시간적여유도되고, 경제적인 여유가 되니까 주말마다 지방으로 여행다니고 모든게 완벽했었다. 

내가 그리던 어른의 이상적인 일상이였으니까.  하지만 조선경기의 불황으로 인원감축이이 시행되었고 나역시 떨어져 나오게 되었다.

나는 이 회사를 나오면서 두가지를 배웠는데,

첫번째는 모든 여유는 돈에서 나온다는 것.

두번째는 눈이 높아지면 살아가기 더 어렵다는 것 이다.


그렇게 나는 내가 자라온 곳을 떠나왔다. 일은 계속 해야 하는데 직장을 구할 길은 없고, 객지생활을 하던 친구가 그래도 자기가 있는 객지는

좀 덜하니, 와서 같이 지내자고 했다. 몇번을 고사했지만 정말 직장구하기가 너무 힘들었던 나는 그렇게 친구의 제안을 고맙게 받아들여 객지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다.


친구랑 살면 모든게 재밋을줄 알았다. 처음에는 재밋었다. 

하지만 가족도 같이 살면 싸우는 법인데, 하물며 남인데.. 이렇게 살다간 결국 돌이킬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에 나는 정말 의도치않게 

내가 생각한 것과는 정말 180도 다르게 독립을 시작하게 되었다. 분명 내가 생각한 30대 삶에 대한 로망속 독립은 볕이 잘 들고 커피머신이

어쩌고 저쩌고인데..  원룸에서 시작했다. 내 로망은 또 박살났다.


또다른 문제가 생겼다.

직장을 구해야 하는데, 내 이력서를 보고 아무데서도 뽑아주지 않는다.

몇군데 면접을 봤는데, 한군데 대표가 한 말이 아직도 생각이 난다.

이력서에 연봉기재란에 솔직하게 적은 연봉이 문제인 탓이다. 희망연봉을 쓴게 아니라 전 직장에서 받은 연봉을 기재했을 뿐인데.?

이력서에 분명 사실과 다르게 기재되면 어쩌고 저쩌고 하더니 이젠 사실과 똑같이 썼다고 고치라고 했다. 

"여기 이지역에서는 이 연봉주고는 사람 안씁니다. 연봉을 낮춰서 쓰세요"

"아 이렇게 연봉을 높게 주니까 ooooo(전직장) 이 망하지"

라는 말을 쏟아내셨다.  그길로 집에 돌아가서 나는 연봉을 낮게 작성했고, 취직에 성공했으나 엄청난 갑질과 사장의 폭언에 결국 그만두고 말았다.  

첫 독립한 집의 계약이 끝났다.


다시는 돌아가지 않을꺼라고 했지만, 결국 다시 본가로 내려갔지만 여전히 경기가 좋지 않아서 백수로 지냈다.

그러던중 지인의 소개로 객지의 회사를 소개받아서 입사하게 되었다.

대표까지 14명의 제조업체. 사장 내외가 함께 일했는데 부부가 근무하는 회사는 가지말라고 하는 이유를 여기서 알았다.

게다가 나는 아직 배가 덜 고픈걸까? 대기업 다니던때를 잊지못해서 일까? 

사장내외의 갑질도 싫었지만 쉬는날이 보장되지 않았다. 일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저녁9시까지 잡아뒀었다.

그러다 나중엔 될대로 되라고 내 할 일을 끝내고 정시 퇴근을 강행했다. 처음엔 눈치를 주더니 나중엔 대놓고 뭐라 하시길래 근무시간 6시

까지인것으로 알고있다고 했더니 얼마나 화를내시던지.. 근로계약서를 왜 쓰는지 모르겠다. 내 할일을 안하고 가는것도 아닌데.

세상살이 참 힘들구나, 경제는 좋아진다는데 피부로 느껴지는건 없다. 차라리 어린시절이 낫다는 생각을 수도없이 하고 사는것 같다.

회사를 다니면서 , 처음으로 나는 일을 잘 못하는 인간인가보다 라는 생각이 들었었다. 그일로 인해서 소소한 것 까지 트집잡기 시작했었다.

예를들면 넓은 테이프를 가져오라고 해서 가져다 주면, 왜 투명색테이프냐 라던가,.... 

그 전 회사를 다닐때 정말 일 잘한다고 늘 최고의 여사원 타이틀을 얻고 다녔었는데. 자존감도 무너지고, 나에대한 확신도 없어지기 시작했다.

점점 내가 싫어지기 시작했다.

예전의 내가 튀어나오려고 했다. 아픈날이 많았다. 회사가 가기 싫으니까.

내가 다녔던 마지막 제조회사는 사장말이 곧 노동법이자 나랏말씀이였다.

나이든 작업자를 고용해서 "당신, 여기 아니면 어디서 써줄것 같아?" 하는 마인드로 직원을 부렸다.

실제로 본인보다 나이많은 현장직 아저씨를 불러다 온갖욕짓거릴 하는걸 내 귀로 들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분들은 잘만 다니시는데 왜 나는 그렇지 못할까 ? 하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나는 지금까지의 내인생에서 마지막 회사를 그만뒀다. 

그만두고 8개월간 부모님께는 철저히 비밀로 했다.

서른이 넘은 딸자식이 일한다고 객지생활한다고 늘 걱정하시는데 , 직장생활 그만뒀다고 걱정거리 하나더 얹어 드리고 싶지는 않았다.

서른이 넘어가니 내가 걱정 해야 할것들이 더 늘어만 간다.

서른이라는 나이가 주는 압박감이 너무 크다. 잘 사는척. 건재한 척..


그렇게 나는 내가 좋아하는게 뭔지, 잘 하는게 뭔지를 생각하다가, 핸드메이드 악세사리판매를 인터넷으로 시작했었다.

있는돈 없는돈 끌어 모아다가.. 밤낮없이 열심히 했지만 이것도 모든게 돈이라는것을 알았다. 빚은 빚을 만들고 

내가 벌어둔 돈은 금새 바닥이 났고 결국 보증금을 줄여 이사까지하게 되고 


남들은 더 모아가고 , 더 넓혀간다는데 나는 더 잃고 아니 마이너스가 되어가는것 만같다.


매출은 나오지 않고, 새로나온 자재는 계속 사야하고..

이렇게 저렇게 촬영하는 방법도 바꿔가보고... 이궁리 저궁리 하다가도 

접속자가수가 줄어가는게 눈에 너무 보이니까.. 

요즘은 나는 정말 백조를 꿈꾸는 오리일까?  지금까지 내가 해온 모든게 잘못된 것일까?

어디서부터 잘못된 일이까?

지금까지 살아온 삶이 꿈이면 좋겠다 라는 생각마저 든다.

남들에겐 더없이 평범한 일상이 나에겐 왜이렇게 힘든지 모르겠다.


내가 꿈꾸던 30대의 삶은 이게 아닌데 ..  조금 더 힘내서 더 나은 40대를 꿈꿀 수 있는 사람이 되어보자.

티비속 그녀들도 30대엔 나처럼 힘들었을꺼다........ 

아직은 너무 이르다는 생각으로 무너지려하는 나를 타일러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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